[김종호 칼럼] 동백꽃을 사랑한 여인1

김종호 한세대학교 예술학부 교수 / 기사승인 : 2020-02-12 10:4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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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호 한세대학교 예술학부 교수
더디 오는 봄을 재촉하려는지 남녘으로부터 벌써 동백꽃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눈을 이고 있는 동백꽃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데 정작 자신의 향기를 자랑하려 하지 않는다. 향기를 자랑하지 않는 이 꽃을 사랑한 오페라 주인공이 있다. 그 여인은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에 나오는 비올렛타(Violetta)이다.

자신의 주변에 모이는 남자들은 그저 미모와 젊음을 탐하는 무리쯤으로 생각하고 사랑이라는 것을 외면하며 살던 비올렛타에게 어느 날 갑자기 사랑이 찾아온다. 사랑한지 1년이 넘었다고 고백하며, 기침을 할 때면 각혈을 동반하는 폐병환자인 그녀를 아무런 경계심도 없이 그녀의 마음속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밀고 들어온다. 오랫만에 느껴보는 사랑의 감정이 두려워 또다시 외면하려 했지만 오히려 마음 속 깊은 곳에 감춰두었던 사랑에 대한 욕망이 그녀의 마음을 열고 알프레도의 사랑을 받아들이게 한다.

남자는 부친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할 능력이 아직 없다. 파리의 교외에서 동거를 시작한 이들에게 필요한 생활비는 온전히 비올렛타의 몫으로 그동안 여러 남자로부터 받은 자신의 패물을 팔아 생활비를 충당한다.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아버지 제르몽이 그녀를 찾아온다. 반갑게 맞이하는 그녀에게 자기 가족을 위해서 희생해주기를 바라며 헤어질 것을 요구한다. 알프레도가 화류계의 여인과 동거한다는 소문이 고향에 퍼져서 여동생의 결혼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는 아버지 제르몽의 말에 더 이상 알프레도를 향한 자기의 사랑을 주장하지 못한다. 비올렛타는 남자에게 헤어지자는 짧은 편지 한 장을 남기고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간다. 내막을 모르는 알프레도는 하루아침에 이별의 편지 한통으로 낯빛을 바꾸는 그녀에 대해 자기의 사랑을 우롱한 것이라 생각하고 분노한다.

여자를 쫓아 파리로 돌아온 알프레도. 어느 날 한 파티에서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비올렛타의 얼굴에 그날 카드 놀음에서 딴 돈을 뿌리고 모인 사람들에게 사랑을 배신한 부정한 여자라며 소리쳐 비난하는데 여자는 충격으로 실신하고 그 자리에 나타난 아버지 제르몽이 아들의 경솔한 행동을 꾸짖고서 데리고 나간다. 이후 폐병이 깊어져 홀로 병석에서 죽음을 기다리던 비올렛타는, 먼 여행길에 아버지 제르몽의 편지로 모든 사실을 알고 돌아온 알프레도의 품에 안기지만 이내 짧은 생의 마지막을 맞이한다.

1853년에 이태리 베네치아에서 있었던 이 오페라의 초연은 실패를 맛본다. 상류사회의 이중적 사회 윤리를 비판하는 내용이 관객들을 불편하게 하였고 또 베르디가 주인공으로 염두에 뒀던 소프라노와 테너 가수가 각자의 사정으로 무대에 오르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출연한 소프라노가 육중한 몸매를 가진 사람으로 노래는 잘했지만 결핵으로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하는 심각한 부분에서 관객들의 실소가 터지고 테너도 목 상태가 좋지 않아서 좋은 노래를 부를 수가 없었다니 이 공연은 성공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캐스팅이 오페라의 흥행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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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한세대학교 예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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