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일본과 갈등, '뭣이 중헌디?'..."'정신승리' 말고 실리챙겨야"

김지호 기자 / 기사승인 : 2020-01-04 00: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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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한·일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양국을 찾는 서로의 관광객 수도 급감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중국 청두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만나 이전보다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양국 간 감정은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태다. 일본 자동차를 보유하거 일본에 우호적인 발언을 하면 ‘매국노’나 ‘토착왜구’로 비난을 받는 극단적 분위기도 여전하다.

 

“일본과의 갈등에서 진짜로 이기는 건 실리를 얻는 겁니다. (자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은 지지 않았다고 정당화하는) ‘정신승리’나 ‘명분’이 아닌 ‘실리’요. 실리를 얻으면 명분도 만들어낼 수 있지만 명분만으로는 실리를 구하지 못합니다.”
 

박종인 조선일보 여행문화 전문기자는 최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아시아타임즈와 인터뷰를 갖고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난 일본과의 갈등을 두고 이렇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청두 세기성 샹그릴라호텔에서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 기자는 여행문화 뿐 아니라 역사에도 조예가 깊어 ‘땅의 역사’라는 책을 냈고 같은 이름의 TV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조선이 왜 일본에 의해 멸망했는지를 조명한 ‘대한민국 징비록-역사가 던지는 뼈아픈 경고장’을 출간해 한일 갈등 속에서 깊은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인터뷰 내내 자신의 발언이 정치적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써달라며 신신당부했다. 그가 펴낸 책 역시 철저한 조사 후 최대한 객관적으로 조선이 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분석했다.

◇성리학에 매몰됐던 조선 집권층, 백성이 아닌 중국만 봤다

우리는 늘 조선이 왜 바보같이 쇄국정치를 펼쳐 일본제국의 멋잇감이 됐는지 궁금해 한다. 그 시작을 박 기자는 1543년에서 찾는다. 이 해에 폴란드의 천문학자이자 신부인 니콜라스 코페르니쿠스는 논문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를 발표했다.

그는 논문에서 지구가 아닌 태양이 우주의 중심이고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는 ‘지동설’을 주장하고 죽었다. 당시 기독교적 세계관을 뒤엎는 엄청난 범죄였다. ‘대항해 시대’를 맞은 유럽은 적극적으로 신대륙 ‘탐험’에 나섰다.

같은 해 일본에서는 일본 가고시마 남쪽에 있는 다네가시마라는 작은 섬에 명나라의 배가 난파한다. 이 배에는 유럽인을 지칭하는 남만인(南蠻人)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이 섬에서 배를 수리하면서 도주(島主)인 도키타카에 조총 2정을 거금에 판다. 도주는 대장장이를 시켜 이 조총을 복제하게 시킨다. 일본 전국으로 조총을 빠르게 확산되고 추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1592년 임진왜란을 일으키는 핵심 수단이 된다.

이에 비해 같은 해 조선은 현재 경상북도 영주에 소수서원을 세우고 중국에서 수입된 학문인 성리학적 질서를 가르치는 데 힘썼다. 성리학적 세계관은 황제국가 명나라가 천하를 지배하는 조선이 그 다음, 나머지 국가인 ‘오랑캐’로 구성돼 있었다.

박 기자는 “조선은 성리학적 세계관에 안주하면서 명나라와만 교류했다”며 “동남아 등과도 전혀 교류하지 않고 오로지 명나라만 바라보는 등 바깥세상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배층도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더욱 중국과만 친하게 지내고 우리를 침범한 오랑캐인 일본과는 교류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굳혔다”면서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명나라에 대한 사대주의는 더욱 강해졌지만 결국 1644년 청나라에 의해 명나라는 멸망했다”고 전했다.

이어 “조선은 명나라만 바라보고 청나라를 배척하다 병자호란을 겪었다”며 “구한말까지 집권층은 세상 돌아가는 데 관심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이미 유럽과도 교류할 정도였던 일본은 명나라의 몰락을 보면서 세상에 ‘천하’와 ‘황제’라는 개념은 없고 ‘세계’가 있다는 것을 깨우쳤다. 특히 일본은 인공섬 데지마에 네덜란드인을 상인을 가둬두고 열심히 총과 대포 등 무기는 물론 의학과 같은 각종 서양문물을 빨아들였다. 바이러스와 같이 서양문물은 일본열도로 급속도로 퍼졌다.

박 기자는 “일본은 집권층 뿐 아니라 백성들도 점점 외부에 대한 정보를 갖게 되며 ‘잘난 놈, 힘센 놈, 돈 많은 놈’이 최고라는 인식이 퍼졌다”며 “조선이 외부와 교류를 끊어 지배층은 잘 먹고 잘 살았지만 나라는 점점 가난해졌던 것과 대조된다”고 꼬집었다.

조선은 문을 걸어 잠거 비교할 국가가 전혀 없었다. 그저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성리학의 가르침에 따라 백성은 농사를 졌고 선비는 글을 읽었다. 나라는 나날이 가난해졌다. 반면, 일본은 막부의 중앙 지도자 뿐 아니라 지방 영주 등 집권층이 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박 기자는 “일본에도 조선과 같은 지배자와 피지배자 간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일본은 나날이 국력이 발전했다”며 “큰 틀에서 보면 일본은 지도자가 실용적으로 국부를 높이는 방향으로 국가가 개방돼 운영됐다”고 봤다.

◇‘제조’라면 천하게 보고 탄압했던 조선

▲거중기 실물 사이즈/사진=수원화성박물관 블로그 캡처

조선의 제22대 임금인 정조는 일부에서 ‘대왕’이라는 칭호를 붙일 정도로 성군 중 한명으로 꼽힌다. 그런데 이런 정조는 수원 화성의 공사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킨 정약용의 거중기를 왕의 문집 ‘홍재전서’에 싣기를 거부했다. 성리학적 ‘사농공상’(士農工商) 풍조에 사로잡혀 ‘기술’을 매우 천한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조선 뿐 아니라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성군으로 칭송받는 세종대왕. 그는 천민인 장영실에 벼슬까지 주며 조선의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했다. 하지만 장영실은 자기가 책임자로 만든 세종의 가마가 부서지는 ‘안여 사건’을 이후 곤장형을 받고 다시는 역사에 등장하지 않는다.

이 뿐 아니다. 일본인이 조총을 들고 조선으로 귀화했을 때 명종은 종을 녹여 조총을 만들자는 신하들의 간청을 외면했다. 또 선조 역시 임진왜란 직전인 1589년 대마도주가 바친 조총을 창고에 처박아버렸다. 이 같은 기술자 천시 현상이 지속되면서 조선의 제조업은 완전히 붕괴된다.

박 기자는 “조선은 철저하게 개인이 부자가 되려는 욕망 억제하면서 제조업 상업은 이기심을 조장 하는 행위로 천하게 생각하고 억압했다”며 “반면, 일본은 정유재란 때 한국에서 데려간 도공이 몇 대손까지 부자로 살 수 있을 정도로 엔지니어를 우대하는 사회였다”고 했다. 정유재란 당시 끌려간 심수관(沈壽官)가는 일본 도자기의 명가로 현재 15대손까지 명성을 누리고 있다.

그는 “일본은 조선이 자신들이 과거 도공 등을 통해 기술을 이전받은 나라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제조업이 무너졌다고 판단하면서 막 나가게 됐다”며 “조선은 거인이 된 일본에 밟힐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성리학이 개인의 성찰에는 좋은 학문이지만 국가의 운영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일본에도 성리학이 있었지만 다른 포병, 군사, 외교 등 다른 학문도 고르게 발전한 데 비해 조선은 성리학만 팠다”고 비판했다.

성리학에는 재정 회계 군사 등 실질적으로 국가를 다스릴 수 있는 각론이 전혀 없었다. 그저 ‘잘 다스려라’라고만 한다. 현상유지에만 중심을 둔데다 그나마 ‘평천하’는 중국의 황제만이 할 수 있어 해외와의 교류도 자연히 끊기게 된다.

또한 생산성이 늘지 않으니 ‘3정의 문란’ 등 지도층의 부패도 끊이지 않았다. 성리학을 숭상하고 문을 걸어 잠근 조선의 결과는 누구나 알다시피 일본에 당한 치욕이다.

▲박종인 조선일보 여행문화 전문기자
◇일본에서도 배워야...실용·실리는 국가·기업의 최우선 운영 원칙

박 기자는 “21세기 대한민국 국가 발전 사회 안정을 위해서는 어느 길로 가야할 것인가 누가 봐도 명확하다”며 “과거 일본에서 배우겠다고 ‘토착왜구’라고 비난할 이유가 전혀 없고 어느 나라에서라도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은 미국 등 서양과의 전쟁에서 패전한 뒤 미국, 영국에서 배우겠다는 유학생이 줄을 이었다”며 “당했다고 아예 상종을 안 하겠다는 한국과는 달리 일본의 지도층은 자신보다 더 센 민족이나 국가에 배우겠다는 자세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박 기자는 “국가든 기업이든 실용과 실리를 기준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자기가 갖고 있는 이념이나 명분 등으로 운영하면 반드시 그 조직은 파산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북한 미국 중국 등 외교관계나 기업에 관해 어떤 부분이 국익 혹은 국부 증대라는라는 목적에 부합하는가 잘 따져보고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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