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은 여자가 해야 한다구요?"… 속 터지는 베트남 여성들

김태훈 기자 / 기사승인 : 2020-07-10 10:57:33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아시아타임즈=김태훈 기자] 베트남은 산업화를 거쳐 빠른 경제성장세를 이어오고 있지만 여성들은 여전한 가부장적 사회에서 일과 집안일을 모두 도맡으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8일(현지시간) 베트남 현지매체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거주하며 은행원으로 일하고 있는 안 투엣(38)씨는 아침에 출근해 오후 6시면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지만 쉴 틈이 없다.

가족들을 위해 저녁을 준비해야 하고 설거지를 끝내기 전 개를 산책시키고 정원에 핀 꽃들에 물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1살 연상인 남편도 집안일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법 하지만 그는 소파에 누워 넷플릭스 영화나 보고 있다.

은행원은 베트남 여성들에게 안정적인 직장으로 꼽히는 만큼 사회적으로 나름 성공한 투엣씨이지만 가정에서는 아무리 많은 집안일을 처리해도 좀처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남편처럼 같이 일해 돈을 벌고 있지만 ‘집안일은 여성이 해야 한다’는 베트남의 구시대적 인식은 투엣씨를 위로해주기는커녕 스트레스만 키우고 있다.

투엣씨는 “남편에게 소파에만 누워있지 말고 집안일도 좀 도와달라고 했지만 그는 집안일은 마땅히 여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대답했다”며 “여성들은 무임금 가사노동 부담이 크기 때문에 직장생활이나 사회적 활동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베트남에서는 직장을 잡아 경제적 활동을 하는 여성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지만 사회적 인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베트남 노동부가 조사한 결과, 베트남 여성은 집안일에 하루 평균 5시간을 썼던 반면, 남성은 3시간에 불과했다. 심지어 일부 여성들은 8시간을 넘어섰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부부 갈등은 더 심해졌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봉쇄 조치를 내리며 남편도 직장에 출근하지 못하고, 부부가 집 안에 함께 머무는 시간이 크게 늘었지만 집안일과 육아는 오롯이 아내에게 떠넘겨진 것이다.

이에 베트남 여성들은 자신도 남편처럼 열심히 일하는데 집안일과 육아는 왜 아내만 도맡아야 하냐며 불만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자신들도 일을 마치면 집에서 편히 쉴 권리가 있는데 남편만 호사를 누리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헤드헌터로 일하는 응웬 띠 빅 따오(30)씨는 “저는 우리 남편처럼 하루 8시간을 일하는데 왜 저 혼자서만 저녁을 준비하고 설거지를 하는데다 빨래까지 끝내야 하죠? 이건 불공평해요”라며 “주말에 남편이 TV를 보다 잠드는 모습을 보면 정말 화가 나요”라고 말했다.

사실 지난 몇 년 간 베트남 정부도 남녀평등을 알리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집안일을 둘러싼 부부 갈등이 심해지는 원인은 사회적 인식이 경제적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많아질수록 남녀의 성역할도 그에 맞춰 변화해야 하는데 아직까진 집안일은 여성의 일이라는 인식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를 해결하려면 부모들이 우선 솔선수범해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평등한 성역할이 자리 잡도록 노력해야 한다. 현재 부모세대도 결국 자신의 부모로부터 가부장적인 인식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투엣씨는 “저는 아들과 딸에게 함께 집안일을 하라고 가르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자녀들도 집안일은 남자와 여자가 공유해야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아시아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태훈 기자
뉴스댓글 >

오늘의 이슈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청년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