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미래 칼럼] 중국, 그들의 표현의 자유란 무엇인가

김영봉 기자 / 기사승인 : 2019-12-04 02: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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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 청년과미래 칼럼니스트
몇 주 전 수업을 마치고 건물 계단을 내려가다가 못 믿을 광경을 봤다. 말로만 들었지만 설마하니 내 눈 앞에 떡하니 나타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장면이었다. 홍콩 관련 대자보가 붙어 있는 곳 위로 One China라고 프린트 된 작은 종이가 수두룩하게 붙어서 대자보 내용을 완전히 가리고 있었다. 옆에 지나가던 학생들도 수군거렸고 그 날 한국 학생들과 중국인 유학생들이 한꺼번에 모여들어서 싸움을 벌이며 하루 종일 학교가 쑥대밭이 되었다. 

 

눈앞에서 본 강렬한 이념 충돌(?)의 현장이었다. 그 날 싱숭생숭한 기분에 학교 커뮤니티를 돌며 교직원이 출동한 사연, 대자보를 붙인 사람의 호소, 중국 유학생들과 한국 학생들이 인터넷에서 2라운드를 벌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한국 학생들은 할 말이 있으면 똑같이 대자보를 붙이지 왜 남이 붙인 대자보를 훼손하느냐고 했다. 중국 학생들은 한국 학생들에게 홍콩은 중국의 일부니 내정간섭하지 말라고 했다.

 

중국은 홍콩을 자국의 특별행정구역으로 생각하고 실제로도 현재 법적으로 그렇다. 하지만 홍콩의 자치와 일국양제를 보장해야 할 상황에서 홍콩이 법적으로 보장된 자유가 침해받는다는 이유를 들며 시위에 나섰으면 그들의 말을 듣고 원만하게 해결해야 했다. 

 

비폭력시위로 시작했으나 군경의 폭력적인 진압은 맞불을 낳고 결국 지금에 이르렀다. 홍콩의 상황은 마치 한국의 과거 군부독재 시절 벌어지던 시위 및 충돌과 몹시 유사하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홍콩을 남의 일로만 여기며 바라볼 수가 없는 것이다. 한국도 과거에 그랬으니까. 그리고 홍콩 사람들이 한국에 관심을 요구하며 민주주의의 보장을 소리치니까. 물론 중국 입장에서는 기분 나쁠 일이다. 다른 의견이 있음에 당연히 인정한다. 그렇다면, 나는 생각했다, 그들도 대자보를 붙이면 되지 않을까.
 

중국 유학생들이 한국의 수업시간에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못 하는 장면을 몇 번 봤다. 그럴 때마다 중국 내 표현의 자유에 대해 고민하고 궁금했다. 중국은 자국민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키려고 한다. 홍콩 시위에 대해 이성적으로 토론하고 대자보를 붙이는 것은 ‘애국심’에서 발현한 행동이기에 중국 입장에서 주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위배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해외에서 자국 입장이 받아들여지기를 원한다면 똑같이 대화를 통해 주장을 하고 대자보를 붙이며 평화적으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그날 저녁에 커뮤니티에서 본 것처럼 기어코 대자보를 찢고 그 위에 조롱의 낙서를 하며 한국 국민들 전체를 모욕하는 내용을 적는다면 중국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가 허용되는 범위는 그런 것뿐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며칠 후에 드디어 대자보가 붙었다. 중국 유학생회에서 중국 학생들에게 이성적인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미 한 차례 캠퍼스를 휩쓸고 간 상처는 결국 암묵적으로 모두가 안고 가는 중이다. 제발, 앞으로는 이성적으로 행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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