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은행은 당신의 주머니를 노린다-조붕구 키코 공대위 위원장 투쟁 담은 책

김지호 기자 / 기사승인 : 2020-04-02 1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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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여기 한 기업인이 있다. 단돈 250만원으로 창업한 회사를 10년 만에 글로벌 중소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해외 거래처는 60여 개국에 이르렀으며 한 제품은 세계 13개국에서 시장 점유율 1, 2위를 다툴 정도였다.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50%가 넘었으며 연 350억원대의 글로벌 연결 매출을 올렸고, 건설 중장비분야에 특허 29개를 출현하며 압도적인 기술력도 확보하고 있었다.


이 기업인의 성공 시계는 2007년에 갑작스럽게 멈췄다.

900개 이상의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었고 공식적으로 발표된 피해액만 3조원이 넘은 희대의 금융 사건인 키코 사태에 휘말렸기 때문이다(실제 피해액은 20조원이 넘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 상품이라는 은행의 설명만 듣고 의심 없이 키코에 가입했다가 창업 이후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던 기업은 하루아침에 날개 없이 추락했다.
 

▲조붕구 키코 공대위원장/사진=연합뉴스TV 캡처

키코(KIKO)는 환헤지 상품으로, 환율이 약정한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기업은 고정된 환율에 외화를 은행에 팔 수 있어 환 위험을 줄일 수 있지만 환율이 미리 정한 범위를 벗어나면 은행이 콜옵션을 행사하게 된다. 그러면 기업은 고정된 환율에 외화를 은행에 팔아야 해서 환차손을 입는다. 그런데 은행이 입을 수 있는 손해의 범위는 제한적이었던 반면, 기업이 입을 수 있는 손해의 범위는 무한대였다.

은행은 우량기업들을 키코에 가입시키기 위해 임원들까지 보내 권유했고 때로는 들도록 강압적으로 압박했다. 기업인들은 은행을 믿었고, 은행을 몰랐고, 은행에 떠밀려서 가입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비참했다. 수많은 수출기업이 부도, 법정 관리, 상장 폐지를 겪었으며 현재까지 그 피해액이 제대로 집계되지 않고 있다.

매일 사무실에 있던 저자는 하루아침에 거리 위에 서서 메가폰을 들었다. 은행이 중소기업인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으로 생각한 저자는 키코 피해 기업 공동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투쟁에 나섰다.

키코로 인해 기업이 법정관리에 처해지면서 350억원의 자산 손실을 떠안았던 조붕구 키코 공대위원장 얘기다.

하지만 조 위원장의 노력에도 2013년 대법원은 은행 측을 집요하게 대리한 김앤장 등 대형 로펌들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여 운행의 손을 들어주며 사건을 종결시킨다. 미국에서는 은행을 사기죄로 처벌했고 독일에서는 피해 기업에 전액 손해 배상을 하도록 판결했는데 우리나라만 그렇지 않았다. 금융사의 부당한 행위를 감독하는 국가 기관인 금융감독원마저 피해 기업의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조 위원장은 대법원 판결을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으로 봤다.

조 위원장은 "키코 사대 같은 금융 적폐가 정산되지 않아 지난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원금 손실과 라임 사태가 또 다시 발생했다"며 "금융자본 세력이 선량한 수출 기업도 모자라 이제는 서민의 삶까지 망가뜨렸다"고 지적했다.

조 위원장은 이 책을 통해 금융 적폐 청산의 필요성을 증언한다. 금융 적폐 정산이야말로 후배와 자녀 세대들에게 불공정사회를 되물림하지 않을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2일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 6곳의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며 기업 4곳에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결정했지만 씨티은행과 KDB산업은행을 이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다른 은행들도 이를 뭉개면서 시간을 끌고 있다. 


금감원 분쟁조정안의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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