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성목 원장, '보이스피싱 전문가'의 일침…"컨트롤타워가 없다"

신도 기자 / 기사승인 : 2020-10-04 09: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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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작년 보이스피싱 피해자, 코로나 '1.6배'
"보이스피싱 예방 지휘탑 반드시 필요"
"당국, 피싱범죄 대책 뒷심 부족" 질타
서민금융연구원, 노피싱 독자적 연구사업 추진
"일상 속에서도 보이스피싱 대책을 세우는 것"

[아시아타임즈=신도 기자] "보이스피싱은 범국가적으로 대처해야하는 사기범죄입니다. 그래서 보이스피싱에 대한 방지,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것이 바로 '노피싱 연구대책'입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보이스피싱 사례, 규모, 원인 등을 나눠 설명하며 근절의 필요성에 대해 "금융 전체에 불신을 가져오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전 직장인 금융감독원에서 서민금융지원금 선임국장과 금감원 국장조사역 등 실무직을 맡으며 보이스피싱 퇴출을 위한 대책을 진두지휘한 '보이스피싱 전문가'다.

그는 지난 6월 금융위원회의 '보이스피싱 예방 홍보대사'를 맡게 됐다. 금융위의 선임에 어깨가 무겁다고 말하면서도 보이스피싱이 왜 없어져야 하는지, 진행중인 노피싱 연구가 어느 부분에서 기여할지 등 거침없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 과정에서 금융당국에 있는 '후배들'에게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이 보이스피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금융감독원에서 서민금융지원금 선임국장과 금감원 국장조사역 등 실무직을 맡으며 보이스피싱 퇴출을 위한 대책을 진두지휘했다./사진=서민금융연구원


최근 기자가 만난 조 원장은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송금 30분 지연 제도', '보이스피싱 신고 제도', '그놈 목소리' 등을 기획했던 금감원 시절을 회고했다. 그는 지난 2015~2016년 금감원 선임국장(전)을 지내며 유튜브, TV 등 여러 매체에 그놈 목소리라는 제목의 보이스피싱 방지 홍보를 진행했다.


실제 보이스피싱 사기범과 통화하는 목소리를 그대로 삽입해 만들어진 홍보영상은 참신함과 메시지 전달에서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실제 보이스피싱 피해도 줄어드는 등 효과도 톡톡히 봤다. 하지만 금감원에서 단독 추진하는 보이스피싱 대책은 한계가 뚜렷했다. 조 원장이 물러난 이후 금감원의 보이스피싱 대책은 유야무야됐다.

그는 효과적인 보이스피싱 대책을 위해서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이스피싱 피해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권한을 가진 전문 대책반을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원장은 사건이 심각할 때마다 구성하는 태스크포스(TF)나 기관 내 특수조직은 일회성인 경우가 많아 효과적인 대책을 펼쳐나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아래는 조 원장과의 일문일답.

■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자살에 대해


알고 있다. 남은 유족도 일생을 고통과 불신 속에 살아야 할 것을 보면 착잡하다. 사건에서 보듯 보이스피싱은 거짓말로 다른 사람의 재산과 신뢰를 뺏는 중범죄다. 보이스피싱의 대상은 정해져 있지 않고 피해자도 당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된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내가 대출이 얼마 필요한데 시중은행에서는 죄다 거절됐다고 하자. 누가 접촉해서 '대출 빌려드리겠다, 개인정보를 내놔라' 하면 그대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이 범죄는 돈이 만든 사기 범죄다.

■ 보이스피싱 피해, 대체 왜 일어나는건가.


두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피해자의 절박한 사정을 이용하는 사례다. 급전이 필요하다거나, 대출이 필요한 경우 등이 해당한다. 피해자가 절박하지 않다면 절박한 사정이 생기게 만든다. 가족을 납치했다거나, 법원이나 검찰 등에서 어떤 문제 때문에 연락했다며 사칭을 하는 사례다.

■ 해가 지날수록 보이스피싱 피해가 늘고 있다.


금감원 선임국장을 역임중이던 지난 2016년 당시 송금 30분 지연 제도, 보이스피싱 신고 제도, 그놈 목소리 등으로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를 2000억원 규모에서 300억원 규모로 감소시켰다. 하지만 금감원에서 물러난 이후 매년 피해액이 증가했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6398억원으로 올해는 7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피해 수준으로 늘어났다. 집계된 것만 7000억원 규모지, 피해를 입었어도 신고를 못한 사례를 포함하면 1조~2조원 규모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보이스피싱과 같은 전자사기 범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보다 규모가 심각하다. 현재(22일 기준)까지 코로나19 확진자는 2만3212명에 이르러 정부에서 각종 대책으로 대안을 내놓고 있다. 반면 보이스피싱은 지난해에만 3만7667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확진자의 1.6배에 이르는 엄청난 숫자다.

 

▲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이 보이스피싱 피해 관련 자료를 보여주며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신도 아시아타임즈 기자


■ '자녀사칭'같은 신종 수법도 동원하고 있다. 범죄가 서민친화형이 되는 것 아닌가.


그런 수법들은 신종이거나 특이한 게 아니다. 경험했던 수법 중에서는 '가로채기'가 가장 피해가 심각한 유형으로 기억하고 있다. 악성코드를 휴대폰에 심어서 어디로 전화를 해도 범죄조직으로 전화가 연결되는 방식으로 피해자의 신고수단마저 차단하는 무서운 범죄다.

보이스피싱 수법은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등 심리적인 부분을 건드린다. 예를 들어, '택배를 배송했는데 부재중이셔서 다시 가져간다, 필요하면 눌러달라'라는 문자를 보게 되면 누구나 궁금해서 무심코 눌러보게 될 것이다. 이걸 '파밍(Pharming)'이라고 부르는데, 파밍 방법은 단순하면 단순할수록 더 많은 사람이 속는다. 보이스피싱 수법에는 일정한 주기가 있는데 어느 시기에 사람들이 어떤 방법을 시도하면 많이 속는다는 걸 알고 있다.

■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보이스피싱 종합 대책안'의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에서 직접 나서는 것이니까 방비 자체에 대한 효과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관련 부처가 너무 많아 대책을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다. 언급된 부처만 해도 금융위, 금감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보안원, 인터넷진흥원, 경찰청 등 너무 많다. 보이스피싱은 나날이 조직화, 첨예화되는데 정부 부처가 나뉘어져 있으면 피해자들이 어디에 신고하고 대책을 문의해야 할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럴땐 과감하게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는 특별기구를 설치해서 하나의 조직에서 보이스피싱 대책을 지휘하도록 해야 한다.

또 보이스피싱 대책을 시행하는 정부당국의 '뒷심'도 부족하다. 경각심이 생길려고 하는 시기에 업무가 종료된다. 사람들의 경악을 부른 사건도 5~6년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어버리는 것이 사람의 심리다. 보이스피싱 대책은 치밀한 것보다도 계속 반복하는 것이 피해 방지에 효과적이다. 최근 대통령이 '코로나19 예방하듯이 보이스피싱에 대한 안전경보를 내릴 것'을 지시했는데 전적으로 옳은 말이다.

■ 보이스피싱 대책에도 '쳇바퀴 돌듯' 피해가 반복된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보이스피싱 예방 업무는 범국가적인 규모로 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코로나19 확산을 실시간 파악해 알려주듯이 어디서 전화가 걸려왔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이 범죄 확산을 막는 중요한 키워드다. 일례로 국제전화로 확인하고 받았는데 '서울지검의 ○○○ 검사입니다' 하면 속겠나. 이를 위해 정부 기관과 통신사도 함께 대책에 참여해야 한다. 통신사는 통화 데이터를 갖고 있어 어디서 전화가 걸려왔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책을 세웠는데도 보안 대책을 뚫고 들어와서 활동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를 대비해 피해자들이 범죄 시도를 구분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보이스피싱 대책을 홍보해야 한다. 최근 보이스피싱은 대출 빙자가 6~70%, 기관 사칭이 3~40%를 차지한다. 범국가적 문제가 있을때 정부에서 국민 전체에 주의보를 내리듯 보이스피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매년 보이스피싱 규모가 커지고 정책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 보이스피싱 조직이 위치한 외국과의 협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보이스피싱을 조직적으로 운용하는 범죄조직의 80% 이상은 해외에 위치해 있다. 경찰이 보이스피싱 대책에 참여하는 이유는 보이스피싱이 사기범죄에 해당하는 것도 있지만 해외와 공조수사를 진행해야 하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검거되는 보이스피싱 관련자는 대부분 조직의 '꼬리'에 해당하는 경우다.

범죄조직의 핵심 인력을 검거하기 위해 외국과의 수사 협조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래서 보이스피싱 시도를 잘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해외에로 나가서 자유롭게 수사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막는 것이라도 제대로 막으면 상당수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

 지금 수행중인 노피싱 연구는 무엇인지.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노피싱 연구는 정부에서 '보이스피싱 대책 방안'이 나온 후 시작한 독자적 연구사업이다. 어째서 보이스피싱이 발생하고,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부터 시작해 전체적으로 보이스피싱을 분석해 보이스피싱, 스미싱 등 모든 금융범죄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다. 지금까지 보이스피싱 대책을 위해 체험했던 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한다는 것도 의미도 있고, 해다 연구를 통해 새로이 밝혀진 것도 있다. 연말까지 예방 관련 대책을 종합적으로 찾아내 소개할 방침이다.

하지만 아직 관련 기관의 참여는 적다. 노피싱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기관은 도합 20여 곳에 지나지 않는다. 적은 참여율은 보이스피싱이 가져오는 위험성이 마음 속에 제대로 각인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첫 술에 배부른 법 없다'는 말이 있듯이, 앞으로 비슷한 연구를 반복 수행하면서 참여 기관과 국민들의 경각심을 다시 새기는 기회를 삼아나가겠다.

■ 왜 노피싱 연구에 매진하는가


노피싱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일상 속에서도 보이스피싱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그래서 외부 업체와 협력해서 플랫폼도 개발하고 있고, 보이스피싱을 효과적으로 방비할 수 있는 대안도 연구중에 있다. 매년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보이스피싱을 통해 외국으로 유출된다. 서민금융연구원의 노피싱 연구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줄이고 국민들의 금융생활에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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