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균화 칼럼] ‘불편한 터치’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 기사승인 : 2020-07-14 09:2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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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내가 감정 정리가 덜 된 상태인 것 같다는 말을 들으니, 내 모습이 그에게 ‘감정이 앞서고, 일을 만드는 사람으로 보였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육체적 성희롱을 겪으면 나처럼 화가 나지 않을까? 다른 피해자들은 힘든 일을 겪어도 사회생활이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며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걸까? 그렇게 꾹꾹 누르고 한없이 참기만 했던 걸까? 그들의 속은 타들어 가지 않고 괜찮았을까? 이대리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의 말에 틀린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절차대로 했을 때 피해자가 다치게 되는 구조라는 것, 이 불합리한 현실 때문에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이 신고를 고민하다가도 결국 조용히 넘어갔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대리는 절차대로 하는 것에 좀 더 신중을 기하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서운함을 느꼈다. 이대리는 멀리서 바라보며 객관적인 말을 할 뿐, 나를 위로해주거나 지지해주지 않았다. 이대리에게 내가 겪은 성희롱은 본인이 절대 겪을 일 없는 다른 행성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을까.“ 

 

[우리에게는 참지 않을 권리가 있다,著者 유새빛]에서 우리에게는 ‘불편한 터치’와 ‘불쾌한 말들’을 참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직장에서 실제로 겪은 성희롱 피해 100일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대부분의 직장에서 성희롱 예방 교육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실제로 성희롱 피해를 방지하거나 경각심을 주는 경우는 드물다. 당연하게 보이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고, 용기를 내어 당당하게 피해 사실을 알릴 때 모두가 안전하게 근로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만들어질 거라고 말한다. 또한 모두가 직장 내 성희롱 때문에 힘들어하는 동료, 친구, 후배를 방관하지 않는 따뜻한 주변인이 되어주기를 부탁한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1주년을 맞아 성희롱 피해와 괴롭힘을 겪고 2차 가해가 두려워 당당하게 밝히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 문화를 변화시키는 데 한 획을 그을 것이다.

 

1999년 남녀고용평등법과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에 직장 내 성희롱 금지 조항 신설, 성희롱 예방 교육 실시 등이 규정된 지 21년이 지났다. 그러나 지금도 성 역할의 고정관념, 이중적 기준, 권력 차이, 차별적인 노동구조 등 개선되지 않는 직장 문화 속에서 많은 사람이 ‘직장 내 성희롱’에 노출되어 있다. 또한 권력과 지위, 상하관계를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직장 내 甲 질 문화’ 때문에 신체적, 정신적 피해 등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고 있다.2019년 7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됐다. 벌써 1년이 지났지만, 많은 직장인이 직장 내 갑질 문화가 여전하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직원의 서열을 중시하고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위계 서열 적 조직문화, 성차별적 조직문화를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상급자들이 먼저 변해야 하며 모든 구성원이 지속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괴롭힘과 2차 가해는 계속될 것이다. 2018년 3월 5일, 충청남도지사 수행비서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로 인해 ‘안희정’ 전 지사는 도지사직을 사임하고 구속 되었다. 지난 4월23일 돌연 본인이 기자회견을 하고 ‘오거돈’ 부산 전 시장이 사퇴했고 공판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지도자들의 미투 가 이어지며 ‘박원순’ 전 서울시장까지 이어져 전임 비서로부터 고발되어 지난 7월10일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 ‘나의 기분은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하며 불안정했고 불행했다. 당장에라도 퇴사하고 싶었다.’라고 고백했다. 

 

이렇게 직장 내 괴롭힘은 노동자의 삶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인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성희롱 구제조치 효과성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성추행 및 성희롱을 당한 피해자 보호와 구제가 여전히 부족해 신고 후 오히려 피해자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 이제부터 미투 피해자들이 합쳐져 직장 내 괴롭힘, 직장 내 성희롱이 없어지고 사회적 인식도 분명 달라져 경종을 울릴 것이다. 특히 甲질 미투는 이제 는 다시 일러나 선 안 될 이들의 참담한 이면의 모습에 경종을 알렸다. 새삼 이글귀가 떠오른다.”미투가 사람을 죽인 게 아니고 밝혀지면 죽을 만큼 창피한 게 성폭력임을 깨달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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