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저 원직복직 하나"…김정남 아시아나 케이오지부장

김영봉 기자 / 기사승인 : 2020-06-23 09:58:4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정리해고 중심에 선 김정남 지부장 “귀 기울여 달라. 우리가 원하는 건 원직복직”
"출구가 보이지 않는 싸움, 문재인 정부가 나서서 6명 원직복직하도록 도와달라"

▲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5월 11일 아시아나항공 조업사 케이오로 부터 정리해고 된 김정남 아시아나케이오지부장. 사진=아시아타임즈 김영봉 기자

[아시아타임즈=김영봉 기자] 공항에는 항공여객들의 편안한 여행을 위해 15kg에 가까운 수하물을 분리하고 목적지까지 무사히 전달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승객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들의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그들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두어 달 전부터 이들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공항이 아닌 길거리에서다. 올 초부터 코로나19 사태가 항공업계를 덮치면서 비행기가 뜨지 못하자, 회사는 그동안 열심히 일한 직원들에게 유급휴직 대신 무급휴직을 강요했고,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는 직원들을 정리해고로 길거리에 내 몬 것이다.

이들은 지나 4월 말부터 인천중부고용노동청 앞에서 그리고 국회, 청와대 앞에서 회사의 부당함과 사태해결을 호소했지만, 정부와 국회는 외면하고 있다. 결국 정리해고자들은 원청이 있는 사옥 앞에서 매일 3번씩 ‘해고중단’이라는 피켓을 들며 언제 해결될지 모르는 긴 싸움을 시작했다.

마치 앞이 보이지 않는 터널 안에서 누군가가 손을 잡고 어둠에서 꺼내주길 희망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최저임금의 수준의 급여와 주 6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을 감수하며 아시아나항공의 성장을 함께 만들어온 아시아나항공 조업사 케이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리해고 당한 아시아나항공 조업사 케이오 직원들이 15일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 앞에서 '정리해고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아시아타임즈 김영봉 기자

◇김정남 지부장 “귀 기울여 달라. 우리가 원하는 건 원직복직 뿐이다.”

“우리가 원하는 건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저 원직복직 하나다. 그런데 정부나 회사나 전혀 들어주지 않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위기로 대기업에 몇 조원을 지원하면서도 우리 하청노동자들에게는 말만 일자리를 지켜주겠다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지원을 하려면 노동자들의 고용유지를 전제로 해야 할 것이 아닌가! 그 돈이 다 국민세금인데….”

지난 5월 15일부터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 앞에서 해고철회 철야농성을 하고 있는 김정남 아시아나케이오 지부장은 최근 아시아타임즈와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지난 2011년 10월부터 이곳 아시아나항공의 수하물 분류작업을 해오던 김정남 지부장은 지난 5월 11일, 코로나19사태 희생자로 10년 가까이 근무해 온 일터에서 쫓겨났다. 비행기가 뜨지 않자 회사는 직원들에게 무기한 무급휴직 동의서를 내밀었고, 김 지부장을 비롯한 지권 8명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정리해고 후 한 달 넘도록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 앞에서 철야농성을 해온 김 지부장의 모습은 상당히 지쳐보였다. 오전 8시30분, 오전 11시30분, 오후 5시30분 하루 세 차례에 걸쳐 ‘해고중단’피켓을 들며 선전전을 펼치고 있고, 철야농성으로 가족과도 잘 만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김 지부장이 근무했던 케이오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100%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김 지부장은 회사의 정리해고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회사는 정부가 90%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는 등 고용유지의 노력을 보이지 않고 직원들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회사는 지난 2월18일 무급휴직 시행을 공고했다. 회사가 어려우니 일주일 동안 무급휴직에 동의했다. 이후 장기화 될 기미가 보이자, 회사는 3월16일 노사협의회를 진행, 전 직원 휴업수당(70%)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회사는 4일 후 갑자기 노사협의도 없이 희망퇴직을 시행한다고 공고를 붙였고, 그 때부터 유급휴직 대신 무급휴직에 동의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회사는 3월24일부터 30일까지 무급휴직 또는 희망퇴직을 선택하지 않으면 정리해고 된다고 알려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아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다. 회사는 근무성적표가 나쁘다는 이유라고 했지만, 성적표를 요구하니 주지 않았다. 10년 동안 일했던 회사에서 이렇게 해고통보를 받으니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물론 암담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이 부당한 조치에 대해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케이오 지분을 100% 가지고 있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박삼구 이사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현재 박삼구 이사장에게 책임을 촉구하고 있는 이유는 케이오 회사의 지분을 금호아시아나금호재단이 100%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삼구는 아시아나항공에서 물러났지만 금호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즉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 아시아나항공 하청 노동자와 161개의 시민단체가 2일 오후 1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 정리해고 한 달

◇ "출구가 보이지 않는 싸움, 문재인 정부가 나서 6명 원직복직 도와달라"

김 지부장은 정리해고 투쟁 한 달 동안 회사는 물론 정부, 국회 등 아무도 이 문제에 대해 귀 기울이지 않고 있는 현실에 힘들다고 털어 놓기도 했다. 또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섭섭함도 토로했다.

그는 “힘든 것이 너무 많다. 노숙하는 것은 물론 무엇보다도 정부나, 회사가 전혀 들어주지 않고 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싸움인데, 어떻게 힘이 들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정권교체 후 바로 인천공항에 와서 비정규직을 제로화한다고 했고, 최근에는 단 하나의 일자리도 지키겠다고 공헌했다. 그런데 현실은 코로나19로 해고당하는 사람이 많다. 초창기 문 대통령의 마음이 지금은 변한 것인지, 아니면 시대적 상황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대기업만 지원하고, 노동자들의 목소리 듣지 않고 있다. 한 마디로 지금은 빛 좋은 개살구다”고 섭섭함을 나타냈다.

김 지부장은 현재 직원들의 상황을 설명하며 정부와 회사에 원직복직을 재차 촉구했다.

그는 “여기에서 해고된 분들은 남성이고 여성이고 모두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다. 갑자기 해고를 당하니까, 아직 집에 이야기 못한 사람들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길거리에 나와 있는 해고 노동자 6명을 조속한 시일 내에 복직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회사에게도 당부한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 적게는 몇 년, 많게는 십년 넘게 일한 가족이다. 무조건 해고하려고 하지 말고,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활용해 함께 고통분담하자. 사실 회사가 돈이 없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현재 160여명이 일하고 있는데, 월급이 200만원으로 치면 3억2000만원이 나가는 셈이다.

 

이를 일주일 순환근무로 전환하고 정부지원금(90%, 약 160만원)을 받으면 360여명이 일할 수 있다. 360여명이 근무하더라도 나가는 돈은 1억5000만원도 되지 않는다. 오히려 현재 나가는 인건비보다 더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지부장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저는 정년이 사실 얼마 남지 않았다. 내년이면 끝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직투쟁을 하는 이유는 불합리한 것을 고치고 나가고 싶기 때문이다.

 

또 얼마 남지 않은 정년에 명예를 찾고 낙오자가 되면 안 되겠다는 마음도 있다. 적어도 여기에서 함께 투쟁하고 있는 동료들만은 회사로 돌려보내고 싶다. 끝까지 투쟁해 원직복직을 이룰 것”이라고 투쟁의지를 보였다. 

[저작권자ⓒ 아시아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아시아나항공 하청업체 노동자, 정리해고에 속 타는데 고용노동청은 ‘뜨뜻미지근’2020.05.08
'아시아나항공 조업사 KO, 결국 정리해고'…노조, 원·하청 상대 투쟁 선포2020.05.11
[뒤끝 토크] '결국 정리해고'...아시아나항공 조업사 KO사태 속 ‘실종’된 고용노동부2020.05.13
아시아나항공 조업사 케이오 해고자들, 14일부터 그룹사옥 앞서 ‘투쟁 시작’2020.05.14
[포토] 아시아나항공 원·하청 노동자 "박삼구 회장, 케이오 정리해고 해결하라"촉구2020.05.15
아시아나항공 원·하청 노조 "정리해고 박삼구 회장 책임져라"…'죽호학원'카드로 압박(종합)2020.05.15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또 사망…올해만 벌써 ‘4번째’2020.05.21
'집회금지 고시' 아시아나항공 조업사 KO 정리해고자들 "우리는 어디에..."2020.05.26
"문 대통령님, 하나의 일자리도 지킨다면서요?"...아시아나항공 하청 노동자들2020.06.02
‘정리해고 한 달’...아시아나항공 하청노동자들 '허공의 메아리'2020.06.03
[뒤끝 토크] 투명인간 된 이스타항공 직원 "이상직-민주당, 대체 어디 계십니까?"2020.06.08
"인수냐, 포기냐"...'진퇴양난' 현산, 아시아나항공 '딜레마'2020.06.08
[1보] 현산, 산업은행에 아시아나항공 인수조건 재협의 요청2020.06.09
[2보] 현산, "아시아나항공 인수변함 없어"…산은에 '조건 재협의 요청'2020.06.09
아시아나항공 계약 불만 드러낸 현산, 산은에 '원점서 재협상' 요구(종합)2020.06.09
국토부, '정비인력 기준' 항공안전법 공포…구체화위해 산출작업 착수2020.06.09
아시아나항공 재협상 카드 받아든 산업은행, 10일 입장 발표2020.06.09
대한항공, 국내·국제선 전 노선 일반승객 대상 '후방열 탑승' 실시2020.06.10
남부발전-인천국제공항공사, 내부감사 업무교류 화상협약 체결2020.06.10
이스타항공 노조, 민주당 앞에서 "고용안정, 집권여당이 책임져라"2020.06.10
아시아나항공 하청노동자, 민주당 앞에서 "정리해고 구조조정 중단"촉구2020.06.10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진정성 의문…현산 협상 테이블 앉아라"2020.06.10
은성수 "아시아나항공 기금지원? 협상이 우선"2020.06.11
아시아나항공, 현산 불만에 "계약 성실 이행했다" 반박2020.06.11
'현산 인수 지연'...돈줄 마른 아시아나항공, 임시주총서 5억주 늘린다2020.06.15
'현산 멈칫'에 돈줄 마른 아시아나항공, '주식 5억주·CB한도 9000억원 자본확충' 완료2020.06.15
‘공염불’ 문 대통령 ‘비정규직 제로화’ 약속, 인천공항공사 3년째 법 타령만...2020.06.17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 앞, 항공 하청노동자들 "함께 살자"2020.06.17
[뒤끝토크] "정부 지원금만 제대로 쓰여도"...거리에 선 아시아나항공 하청노동자들의 ‘절규’2020.06.18
산은, 대한항공에 2조원 지원 "분쟁보다 경영 정상화 힘써라"2020.06.17
'급랭' 아시아나항공 인수협상...산은-현산, 대화단절에 '안갯속'2020.06.18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코로나19에 마일리지 유효기간 1년 연장2020.06.18
[인터뷰] "그저 원직복직 하나"…김정남 아시아나 케이오지부장2020.06.23
아시아나항공 조업사 정리해고 두 달…서울지노위, 심의회의 연기 파문2020.07.08
인천지노위, 아시아나항공 하청 노동자 부당해고 심판...결과는?2020.07.13
김영봉 기자
뉴스댓글 >

오늘의 이슈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청년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