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등장하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입지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6일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화폐 기능 측면에서 암호화폐는 CBDC에 비해 열위에 있어 CBDC가 보급화될 경우 암호화폐의 화폐적 기능은 퇴색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하 연구원은 "경제학 교과서에 따르면 화폐는 ▲교환의 매개수단 ▲가치저장의 수단 ▲가치척도 단위로 기능한다"며 "교환의 매개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범용성과 신뢰성, 편리성 등이 확보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정 화폐인 현금은 . 정부가 법으로 화폐 가치를 정해 시간과 공간과 관계없이 동일한 가치를 지니게 돼 범용성과 신뢰성 측면에서 가장 우위에 있다"며 "기존 현금에서 디지털이라는 특성만 덧씌운 CBDC가 출범할 경우 확보된 범용성과 신뢰성에 더해 디지털 상에서 거래가 가능한 만큼 편리성까지 추가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암호화폐는 거래 수단으로 활용되는 데 여러 문제점이 있다. 높은 가격 변동성으로 인해 거래자 간의 가격 측정이 어렵다"며 "대표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의 연간 변동성은 100%를 상회하는 등 투자자산 중에서도 가장 높다. 법정 화폐 이전에 거래 수단으로 널리 사용됐던 금의 연간 가격 변동성이 10~20%대에 유지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전했다.
하 연구원은 "가격 변동성을 해결하더라도 거래 비용을 의미하는 수수료(Transaction Fee) 부담을 해소해야 한다"며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해당 거래의 검증 과정에서 생기는 수수료(Transaction Fee) 수준은 거래 당사자가 자발적으로 설정할 수 있으나 높은 수수료를 우선적으로 처리하는 만큼 수수료가 너무 낮으면 검증 과정이 오래 걸리거나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블록체인에서 거래 검증 역할자 수는 한정된 반면 거래량은 유동적"이라며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 거래가 한산했던 2018~2020년에는 비트코인 수수료가 10달러를 하회했으나 최근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가운데 거래가 급증하면서 수수료는 2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부 규제에 취약하다는 점도 화폐로써 암호화폐가 기능하기 어려운 배경으로 꼽혔다.
그는 "기술적인 발전으로 코인의 가치가 안정되고 거래 수수료가 낮아지더라도 정부 규제가 강화될 경우 거래 수단으로 암호화폐의 매력도는 반감된다"며 "예를 들어 모든 암호화폐 거래에 대해 거래세를 5%만 매기더라도 기존 0~3%에서 형성된 지급결제 수수료를 상회해 거래 수단으로써의 매력도가 반감된다"고 전했다.
다만 하 연구원은 CBDC가 보편화되더라도 가치저장을 위한 용도로서 비트코인 등 일부 암호화폐는 활용될 것으로 판단했다. 화폐로 사용됐던 금과 은이 가치 저장을 위해 쓰인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는 "금으로 만든 화폐, 금본위제 등은 금이 역사적으로 가치 저장 수단으로 인식됐다는 점을 방증한다"며 "많은 재화 중에서 유독 금이 가치 저장 수단으로 인식된 배경에는 ▲희소성과 ▲영속성에서 비롯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암호화폐 특히 비트코인이 역시 금과 유사한 특성을 지녔다"며 "비트코인은 최대 매장량이 2100만개로 정해져 있는데 4년마다 채굴량이 50%씩 줄어드는 반감기가 있다. 2012년 11월 1차 반감기, 2016년 7월 2차 반감기에 이어 2020년 5월 3차 반감기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2009년 1월 3일 50개로 시작된 비트코인은 초기 연평균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넘나들었으나 현재는 2% 중반에 불과하다. 다음 반감기가 도래하는 2024년 이후에는 1%대로 떨어지며 2140년에는 더 이상 채굴이 이뤄지지 않아 희소성을 유지하게 된다.
하 연구원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비트코인은 ‘기록의 비가역성’을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다. 한번 기록한 것을 되돌리지 못하게 하도록 블록체인 참여자 간에 규칙을 지정했다"며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존재하는 한 디지털 세계에서 영속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금은 거래 과정에서 국가가 인가를 준 거래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완전한 탈중앙화 자산은 아니다. 외화유동성 압박이 심한 가운데 정부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의심이 생길 경우 금의 매도 압력도 확대된다"며 "금에 비해 거래하기가 쉽다고 접근성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특성 역시 가치 저장 수단으로써 비트코인이 금을 대체하는 배경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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