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굉장한 것들의 세계
몸집 크기대로라면 발암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그 법칙을 거슬러 절대 암에 걸리지 않는 코끼리,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방사능을 보이지도 않게 '먹어 치워서' 자연 제거할 수 있는 세균, 4000년 넘게 살면서 조금도 늙지 않는 강털소나무, 생김새는 민첩해 보이지 않지만 거의 치타만큼의 속도로 아주 오래 '즐겁게' 달릴 수 있는 가지뿔영양, 1초당 자기 몸길이의 무려 300배를 '달려서' 이동하는 진드기, 고환이 작을수록 고함을 크게 지르는 고함원숭이, 당장 멸종돼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게으르고 무능력해 보이지만 실은 딱 살아남을 만큼만 먹고 움직이는 완벽한 생물 나무늘보, 자타 공인 암 유발자이지만 암에 맞설 무기가 될 수도 있는 담뱃잎, 지능이라고 할 만한 것을 인간보다 4억년 먼저 가진 문어, 수명 대비 기억력은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단세포생물….
이 책은 독자가 이렇게 다양한 생물들을 하나하나 만날 수 있는 자리를 주선하는 동시에,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져 온 생물 진화의 역사, 현재 진행 중인 최첨단의 발견, 그에 따른 논쟁거리 들을 제공한다.
단순히 '최고' 등수에만 집착해 제일 뛰어난 생물을 찾아낸 것이 아니다. 가장 크다거나 가장 빠르다거나 가장 강하다거나 하는 경쟁의 기준 자체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 보게 하며, 결과적으로 진화의 세계를 훨씬 더 폭넓고 깊이 있게 받아들이도록 돕는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창궐로 인간 생태계가 위기에 처했다. 이 바이러스가 실은 생태계 전반의 위기 및 기후위기와 무관하지 않은 총체적 난국이라는 사실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인류가 모든 생명 중 으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이룩해 온 빛나는 문명을 부정하기는 어렵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 질문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지구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때로는 무력하기만 한 하나의 '종'으로서 인간은 앞으로 얼마나 더 생존할 수 있을까?
저자는 "솔직히 말해서, 인간은 대자연이 아주 오랫동안 지속해 온 것들을 종말로 이끄는 재능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러나 그런 재능으로도 아직까지 어찌하지 못한 대자연의 힘을 강조한다. 인류가 살아남아야 한다면, 그 방법은 인간의 갖은 방해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았고 앞으로도 살아남을 생물들에게서 배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간과 개 등 포유류에게 가장 흔한 질병인 암을 코끼리만은 거의 100% 피해 간다. p53이라는 유전자가 돌연변이 세포를 '자살'로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다른 포유류의 종양에 투입하기 위한 혁신적인 연구가 이미 고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책에는 그간 대중은 물론이고 과학계에서조차 조명받지 못하고 간과됐던 사실들이 촘촘히 기록돼 있다. 저자는 극단의 존재에게 끌리는 것이 거의 인간의 본능처럼 보이는데도, 과학은 거기에 무관심한 편이었다고 지적한다.
"누구나 과학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저자에게 이러한 안타까움은 단지 과학자들만의 몫이 아니다. 오히려 일반인이 관심을 가질 때에야 비로소 관련 생태계 연구는 활기를 띠고, 해당 생물을 보존할 수 있으며, 그것이 다시 인류의 생존에 큰 이득으로 돌아온다. 이러한 선순환을 위해 저자는 자신이 그렇게 했듯이 독자에게도 적극적으로 이 '굉장한 것들의 세계'에 뛰어들 것을 제안한다.
◆안녕하세요 과일대통령입니다
대전에서 가장 잘나가는 과일 가게 중 한 곳인 '과일대통령'. 대전 맘카페에서는 ‘과일대통령’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맛도 맛이지만 다른 가게와는 차별화된 운영으로 취급하는 과일 80% 이상을 전날 선주문을 받아 판매하며 재고율 0%를 자랑한다. 어떻게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어디서나 파는 과일인데도 이렇게 잘나가는 것일까?
이 책은 1톤 트럭에 과일을 싣고 다니며 노점을 운영하던 저자가 3000여 명 고객의 과일 냉장고를 책임지기까지 어떤 노력들이 있었는지 담았다. 대리운전, 영업사원, 택배 기사 등 다양한 직업군을 통해 얻게 된 노하우를 과일 판매에 대입해 단골손님들을 붙잡은 저자만의 비결을 상세히 설명한다.
좋은 과일을 고르는 기준과 타깃 고객을 선정하는 방법, 온라인 채널과 오프라인 매장의 조화로운 운영법 등 과일 가게를 운영할 때 꼭 알아야 하는 내용들을 배울 수 있다. 또한 구매자에게 로또복권 주기, 박스를 가져오면 500원을 돌려주는 캐시백 박스, 적립금이 눈에 보이는 행복돼지 저금통, 진심어린 손편지 등 고객을 사로잡은 다양한 아이디어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고객에게 언제나 진심을 다하는 저자의 마음과 열정, 노력도 함께 엿볼 수 있다.
과일 가게를 운영하지만 맘처럼 잘되지 않는 사장님들, 계속적인 취업 불황으로 뭘 하며 살아야 할지 고민인 청년들, 실직을 앞둔 명퇴 예정자이거나 아니면 재취업을 해야 하는 가장이거나 사업의 실패로 재기를 꿈꾸는 사람들이 읽어볼만 하다. 저자는 말한다 "오늘 하루, 죽도록 최선을 다하자!"
◆제품의 언어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기술 융합으로 인해 오늘날 제품의 범위는 날로 넓어지고 있다. 에어비앤비,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기업들의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일까지 '제품' 디자인의 영역이 되었다. 이처럼 변화하는 제품의 영역으로 들어가기 위한 디지털적 사고방식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이제 디지털 제품이 어떠한 방식으로 생각하는지, 디지털 제품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는 디자이너와 개발자, 그리고 기획자의 가장 중요한 역량 중 하나가 됐다. 인공 지능, 스마트 제품, 증강 현실 등 디지털 기술이 디자인의 핵심 요소로 떠오른 지금. 제품의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은 미래형 인재와 전통적 인재를 구분 짓는 기준이 된다.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을 기획하고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그 제품을 스마트하게 만드는 디지털 문법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디지털 언어를 일반 사람들이 접할 기회는 극히 드물었고, 디지털을 활용한 창조와 혁신으로 가는 길은 녹록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존 마에다가 이 책을 쓴 이유이다. 인터랙티브 모션 그래픽을 개발한 MIT 미디어랩의 대표적 교수, 세계 최고 디자인 스쿨 RISD의 총장, 워드프레스 개발사의 디자인 경영자를 역임한 저자는 기술과 디자인의 교차점에서 융합적 관점으로 디지털 문법을 안내한다.
세계 최고 디자인 전략가로서 디지털 세상을 바꿔 온 마에다의 실제 경험을 특유의 재치 있는 설명과 사례로 풀어냈다. 디지털 기술은 우리 모두의 일상에 자리 잡으며 미래를 향한 디자인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모든 자동차의 계기판 아래, 모든 스마트폰의 터치스크린 뒤, 그리고 컴퓨터 화면 속에 고유의 디지털 기술이 존재한다.
디지털을 이해하지 못하면 디자인할 수 없는 제품이 점점 많아지고 있으며, 디지털을 이해하지 못한 디자이너는 점점 뒤처지게 된다. 마에다는 학계와 비즈니스계에서 디자인 리더로 활약하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장차 디자이너들의 최우선 역량이 디지털 이해력이라고 보았다.
사실 이는 국내외 주요 디자인 대학들이 강조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이 디자이너만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디자이너가 꼭 읽어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사용자경험(UX) 디자인과 제품 디자인은 복잡한 디지털 기술을 단순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추세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디지털 기술과 소통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