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LG화학에서 물적분할해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이 본격화한 가운데, 어느 증권사가 상장 대표주관사 자리를 가져갈지 관심이 쏠린다.
LG에너지솔루션과 지난 2019년 4월부터 미국에서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을 벌이고 있는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상장주관사가 불이익을 받는 거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전일 주요 증권사들에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회사 측은 오는 21일 오전까지 제안서를 받고 비대면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주관사를 선정한 뒤 공모 준비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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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
업계에서는 외국계 증권사 2곳, 국내 증권사 2곳 등이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주관사에 선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시가총액은 40조~50조, 공모규모는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기업공개(IPO)시장 최대어다.
상장 수수료율을 2%로만 잡아도 4개 증권사가 200억을 나누어 가지게 된다. 물론 대표주관사의 경우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몸값이 최대 100조에 이를 것이라는 과장된 전망까지 나온다. 이날 LG화학은 100만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시가총액 70조5923억원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주관사 선정의 관건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지난해 7월 상장 대표주관사로 미래에셋대우와 JP모건을, 공동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CS)를 선정했다.
이에 따라 이들 증권사는 일단 LG에너지솔루션 주관사에서는 배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주관사 선정 당시 증권사들에게 경쟁사 거래에 참여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한국투자증권 IB관계자는 해당 사항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또한 삼성증권은 그룹 계열사에 LG에너지솔루션과 경쟁사인 삼성SDI가 있어 불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국내증권사 중에서는 NH투자증권이 LG에너지솔루션 대표주관사 자리를 꿰찰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NH투자증권과 함께 IPO업계 ‘빅3’로 불리는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이 SK아이이테크놀로지로, 삼성증권이 계열사 삼성SDI로 배제된다는 가정 하에 나온 결론이다. NH투자증권은 과거 LG투자증권으로 LG그룹에 속한 적도 있어 여전히 우호적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NH투자증권 측은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미 2004년 LG그룹에서 분리돼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수십년 전 상장된 삼성SDI로 인해 삼성증권이 주관사 선정에서 배제된다는 점도 이상하다”며 “NH투자증권을 견제하기 위해 경쟁사에서 흘린 얘기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어 “주관사 선정은 철저히 고객인 LG에너지솔루션이 하는 것”이라며 “우리에게는 어떠한 권한도 없다”고 덧붙였다.
NH투자증권은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주관사로 선정되는 등 올해 들어 IPO쪽 수익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NH투자증권은 IPO로 수수료 101억원을 벌으면서 한국투자증권(231억원), 미래에셋대우(234억원)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하나금융투자(작년 52억원), KB증권(47억원) 신한금융투자(44억원), 대신증권(54억원) 등 중위권 IPO 주관 증권사에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