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금융투자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목표는 분명하다. 회사를 키워 돈을 많이 벌어 미래에셋과 같은 금융그룹을 만들고 박현주 회장처럼 부자가 되는 것이다. 지금도 이 같은 꿈을 안고 많은 사람들이 투자자문사나 사모펀드운용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가치투자 헤지펀드운용사 페트라자산운용은 이 같은 꿈을 거부한다. 아니 거부한다기 보다는 고객과 함께 가겠다는 다짐이 더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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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환석 페트라자산운용 대표이사 |
용환석 페트라자산운용 대표이사와 이찬형 부사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회사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고객에 만족을 주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며 "실력을 보고 고객이 알아서 돈을 갖고 찾아오는 운용사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은 199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대학원에서 만나 유수의 금융사를 거친 뒤 지난 2009년 페트라투자자문을 함께 설립했다. 이후 전문사모운용사로 전환했다.
두 사람의 말대로 이들의 운용 실력은 입소문을 탈 만하다. 올해 들어 지난 26일까지 페트라자산운용의 총 운용 수익률은 50.2%에 달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이 19.5%에 그친 것에 비하면 2배가 넘는다. 최근 1년 수익률도 61.1%로 코스피 25.8%를 압도했다. 지난 2009년 설립 이후 수익률은 무려 407.8%에 달한다.
두 사람 모두 UCLA 출신인 만큼 주로 외국계 자금을 받아 운용 중이며 훌륭한 실적에도 이들은 자금을 끌어 오기 위한 무리수를 절대 두지 않는다.
용 대표는 "단기적으로 글루탐산나트륨(MSG)을 많이 쳐서 손님을 끌어오는 식당의 주인은 행복하겠지만 결국에는 손님의 건강을 해치는 등 그 식당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회사만 부자가 되고 고객은 그렇지 못했던 곳이 한국 금융업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워런 버핏이 존경받는 이유도 고객이 함께 돈을 벌었기 때문"이라며 "한 때 잘되던 운용사들이 주춤하는 이유도 고객에 돈을 벌어주지 못해서 그렇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대형운용사가 백화점식으로 많은 분야의 펀드를 가진 점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해상충 등의 이슈가 있어 고객이 돈을 벌게 만들기에는 적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페트라자산운용은 단 하나만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등 기업의 지배구조를 둘러싸고 잇단 잡음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미국의 20세기 초와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미국도 1800년대 말 재벌 체재가 해체되면서 1900년대 초반 지배구조와 독점적 사업구조에 대한 개혁이 이뤄졌다. 반독점법이 제정되고 록펠러재단, 카네기재단 등이 설립된 것도 모두 이 때다. 기업의 소유와 경영이 본격적으로 분리된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나라의 재벌들은 자식에 기업을 물려주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 재벌인 삼성그룹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경영권승계 문제로 수년째 법정을 들락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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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형 페트라자산운용 부사장 |
이찬형 부사장은 “우리나라는 구멍가게 사장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 아래서 일하는 걸 싫어한다”며 “그러다 보니 자식에게 기업 지분 뿐 아니라 경영권을 물려주려는 시도가 강하다”고 진단했다.
용 대표는 “대한항공 등 큰 기업에서 월급쟁이로 아무리 올라가봐야 최고 위치는 늘 오너일가의 뒤를 봐주는 수준에 그치니 경영에 전문적인 인재 육성이 안되고 인수합병(M&A)은 부진할 수 밖에 없다”며 “북한에 (백두혈통과 같은) 왕족이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는 수많은 왕족이 기업에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