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중견회계법인 중 ‘원펌’(One Firm)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PKF서현회계법인이 속칭 ‘빅4’가 장악하고 있는 국내 회계산업에서 의미 있는 도전에 나서고 있다. ‘빅4’의 ‘대체재’가 당장은 될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보완재’ 역할은 해내겠다는 각오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현회계법인은 지난해 6윌 삼정KPMG 출신인 배홍기 대표(사진)를 영입한 후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신입회계사 30명을 채용해 전체 회계사가 150여명으로 늘었다. 단 일년 만에 회계사를 25%가량이나 늘린 것이다.
작년 ‘빅4’가 채용한 신입 회계사는 800여명. 나머지 300명 중 30명을 서현회계법인이 쓸어간 것이다. 입사 경쟁률은 6대 1에 달했다. 올해는 50여명 채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50여명을 채용한다면 회계사 수가 불과 2년 만에 두 배가량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업계 15위권의 중견회계법인으로서는 무모해보이기까지 한 도전이다.
배홍기 대표는 “대한민국 회계산업 발전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며 “중견회계법인이 채용한 신입 회계사중 일부가 수년 후 ‘빅4’로 이동할 수 있지만 소요된 교육비 등은 산업 발전을 위해 쓴다고 여기겠다”고 강조했다.
서현회계법인은 지난 2018년 중견 회계법인인 이현회계법인과 서일회계법인이 실질적 통합을 통해 출범했다. 강성원 전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을 대표이사로 영입하고 다른 중견회계법인과는 다르게 ‘원펌’ 체제를 구축했다.
우리나라에서 빅4를 제외한 다른 회계법인은 거의 대부분 독립채산제로 운영되고 있다. 독립체산제는 소속 회계사들이 공통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이익을 수당으로 가져가는 개념이다.
문병무 미래회계법인 대표는 “신(新)외감법 시행으로 금융위원회가 원펌 체제 회계법인에 여러 가지 혜택을 주겠다고는 하나, 여전히 대다수 회계법인은 독립채산체제”라며 “마지못해 원펌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질은 독립채산제인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독립채산제 회계법인은 자연히 신입 회계사 채용이나 새로운 사업 진출 등에 부정적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다. 당장 공통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원펌 체제는 일반 주식회사와 같이 회사가 적극적인 경영을 펼칠 수 있다. 서현회계법인이 원펌 체제를 유지하고있는 것도 역동적 경영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배 대표는 “중견회계법인으로서는 일종의 실험을 하고 있는 셈”이라며 “‘주기적 지정감사제’ 등 정부가 추진하는 회계개혁이 제대로 자리 잡고 완성되려면 원펌 체제로 전문화된 회계법인이 다수 나와야한다”고 말했다.
주기적 지정감사제는 상장사가 보통 3년 단위로 계약하는 외부감사인을 6년간 자율선임하고 이후 3년간 금융감독원이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실제로 산업계에서는 ‘빅4’간 이해관계 상충문제(독립성 이슈)로 업무를 맡길만한 회계법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외부감사인인 딜로이트 안진은 삼성전자에 이해상충 문제로 인수합병(M&A)이나 경영자문 등 비감사업무를 제공할 수 없다.
또한 삼성전자 최대주주인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등의 외부 감사인인 삼성KPMG나 삼일PwC도 삼성전자에 비감사업무를 제공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에 따라 어차피 ‘빅4’를 주로 이용하는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은 선택할 수 있는 회계법인이 극히 제한적인 현실이다.
국내 10대 그룹에 속한 한 지주회사의 재무담당 전무는 “주기적 지정감사제로 인해 계열사간 회계법인이 통일되지 않고 독립성 이슈로 내무회계관리제도 구축이나 손상평가 등 비감사업무를 맡길 때 빅4 중 선택의 폭이 극히 제한된다”며 “빅4이외 회계법인은 품질 문제로 업무를 잘 주지 않는 편이고 표준감사시간제가 시행되면서 감사비용이 크게 오른 점도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빅4 이외에 좋은 감사·비감사업무를 해낼 수 있는 중견회계법인 있다면 그쪽으로 업무를 의뢰할 수 있다”며 “전문화·조직화·원펌체제 중견회계법인의 성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토로헸다.
서현회계법인은 이 같은 ‘틈새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배 대표는 “합리적 가격에 빅4와 비슷한 수준의 감사·비감사업무를 제공해 대기업·중견기업의 새로운 선택지가 될 것”이라며 “기업들이 빅4에 맡기거나 중형회계법인에 맡기기 애매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그 일환으로 서현은 2019년 재무자문본부, 2020년 방산컨설팅 , 2021년 에너지컨설팅 본부를 신설하는 등 특화된 서비스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출액에 신경쓰지 않고 서현만의 철학을 갖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며 “빅4나 중견회계법인과 모두 경쟁하지 않고도 회계산업 전체에 이익이 되는 방향을 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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