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나를 필요로하는 존재로 만들어… 너무 행복한 사람"
"개농장 없애기 위한 법 필요… 애견인 모두 힘써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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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스토리 '곡성' '아가씨' 등 영화, 드라마, 연극 등 다수 무대에 활약하며 탄탄한 입지를 다진 배우 이용녀. 사진= 박고은 기자 |
[아시아타임즈=박고은 기자] 천만 반려동물의 시대. 공원이나 대형마트에 가면 자신의 반려견을 안거나, 유모차에 태워 데리고 다니는 모습은 매우 흔한 일상이 됐다. TV를 틀면 스타 연예인과 반려동물이 사는 모습이 나오고, 반려견의 못된 습관도 고쳐주는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반면 늘어난 애견 만큼이나 길거리에 버려지는 유기견의 숫자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지자체들은 유기견보호센터를 통해 이들을 구조하고 새 주인에게 입양을 보내고 있지만 나랏일로만 감당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이들 중에는 자신의 시간과 돈을 들여 이러한 유기견을 돌보는 이들도 있다.
화려한 자태를 마음껏 뽐내며 무대 위를 압도했던 배우 이용녀. 1975년 연극 배우로 데뷔해 '허스토리 '곡성' '아가씨' 등 영화, 드라마, 연극 등 다수 무대에 활약한 '연기파 배우'인 그녀가 지금은 수수한 차림으로 축사를 내 집 삼아 드나드는 '유기견 대모'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25일 서울 을지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용녀는 지금 경기도의 자택에서 100여 마리의 유기견을 돌보며 살고 있다.
"아버지가 워낙 동물을 좋아하셨어요. 집에 화초닭, 토끼, 강아지 11마리 등 많았지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동물을 보고, 함께하는 생활이 했기에 그게 당연한줄 알았어요. 그러다 어느날 연습실 가던 중 눈이 터져있는 강아지 한마리를 발견하게 된거죠. 알아보니 길거리에 떠돈지 오래됐고, 근처 초등학생들이 돈을 던져 다친 거라는 소리를 듣고 곧바로 병원에 데려갔어요"
그가 유기동물을 돌보게 된 시기는 이때부터였다. 당시 수의사가 이렇게 버려지는 동물은 수두룩해 유기견 유기견 시보호소에서 안락사를 시킨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고, 이후 곳곳에 있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데려와 키우다보니 어느새 200마리가 됐다.
"이곳에서 10마리, 저곳에서 20마리 등 계속 데려오다 보니 어느 순간 200마리가 되더라고요. 같이 사는 동물이 갑자기 늘어났으니 당연히 원래 살던 곳에서는 난리가 나죠. 그래서 당시 사람들이 이주해 빈집이 많았던 왕십리 재개발 동네로 이사를 갔어요. 철거되기 전까지만 개들과 함께 살겠다고 사정사정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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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스토리 '곡성' '아가씨' 등 영화, 드라마, 연극 등 다수 무대에 활약하며 탄탄한 입지를 다진 배우 이용녀. 사진= 박고은 기자 |
텅텅 비어있는 빈집들 속에 가로등하나 제대로 켜지지 않았지만 이곳에서의 생활은 행복했다. 유기동물로 북적되고, '왈왈' 짖는 개소리에도 누가 뭐라고 말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집에 몇마리 저집에 몇마리 풀어놓고, 또 데려와서 빈집에 데려다놓고, 이집 저집 돌아다니면서 아이들을 돌봤어요. 그때 너무 행복했어요. 누가 뭐라 말할 사람도 없었어요. 저희 세상인거죠. 저도 아이들도 너무 행복하게 지냈던거 같아요"
'내가 덜먹고 덜써서 아이들을 돌보자'고 생각했던 그는 평소 남에게 돈을 빌리지 않았던 돈을 사료값이 떨어지자 "만원만 꿔달라"고 신세를 진적도 있었다.
"워낙 개체수가 많다보니 대용량 사료도 하루면 동이 났어요. 직업 특성상 수입이 일정치 않았잖아요. 평소 남에게 신세지지 않던 제가 아이들을 위해 돈을 꾸기도 했어요. 책임져 준다고 약속하고 데려왔기 때문이죠.
그렇게 2년을 지냈지만 결국 철거가 시작됐고, 이후 하남 변두리를 거쳐 지금 거처인 포천까지 많은 우여곡절 끝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그에게 유기견은 불쌍하고 안타까운 존재가 아니라 자신에게 행복을 주는 존재다.
"애들 때문에 '내가 참 소중한 사람이구나' '내가 필요로하는 존재구나'라는 것을 항상 느껴요. 애들은 제가 밥을 안주거나, 물을 안주면 살지 못해요. 내가 애들에게 필요하고 소중한 사람인거죠. 또 이불을 갈아주고 청소를 깨끗이 해주면 꼬리를 흔들며 제게 와서 몸을 비비는데 그럴때면 뿌듯하고 행복해요. 제가 애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구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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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스토리 '곡성' '아가씨' 등 영화, 드라마, 연극 등 다수 무대에 활약하며 탄탄한 입지를 다진 배우 이용녀. 사진= 박고은 기자 |
이렇게 오랜 세월을 많은 유기견들과 함께 하면서 그를 응원하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다.
"어떤 이들은 '애들한테 이렇게까지 희생해야 하느냐'라고 묻기도 하는데, 사실 제가 받은게 더 많아요. 하나를 키울때 기쁨, 둘을 키울때 기쁨, 그것보다 더 많을때 기쁨은 배가돼요. 물론 힘들 수는 있겠지만, 제가 애들한테 행복을 준 만큼 저에게 똑같이 큰 행복을 줍니다"
최근 그는 유기견 보호를 넘어 동물보호운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국회와 청와대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정치인들에게 직접 이를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개농장을 없애기 위해서는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농장은 한마디로 개 번식장이에요. 억지로 교배에서 새끼를 낳고, 그 새끼를 또 교배해 또 새끼를 낳아서 애견인에게 팔죠. 이러니 유기견이 늘어날 수 밖에 없어요. 법이 만들어져야 이런 개들이 보호를 받을 수 있거든요. 개는 가족구성원이지 가축이 아니에요. 애견인 모두 다같이 힘을 합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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